□ 옵티머스 No.00

옵티머스는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창립해 1899년부터 지금까지 캠핑용 스토브를 생산하고 있는, 지금도 버너 스베아, 노바, 베가를 비롯해서 다양한 캠핑용품을 생산하고 있는 아웃도어족들에게 잊힐 수 없는 브랜드다. 아마도 이 No.00의 선대에 해당될 No.45는 한국에서도 한시대를 풍미했었다. 라이온 M933처럼 고정형 삼발이었던 No.45와는 접이식 삼발이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이 역시 등유를 사용하는 놈이라 알코올 예열이 필수다. 몸통을 탱크와 분리할 수 있고, 펌프에 씌워 놓았던 뚜껑은 연료 탱크 마개로 쓰인다.

이 빠나는 산을 가족 다음으로 사랑하시는 동네 형님께서 내가 ‘불’에 미쳐있는 걸 보고 선뜻 내주신 거다. 누구는 나를 ‘배화교도’냐고 까지 했으니.

켜켜히 쌓인 수십 년의 세월을 벗겨냈다. 연료탱크는 어찌해 보겠는데, 시커멓던 몸통은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하룻밤새 손도 안대고 깨끗하게 벗겨내는 기적이 일어났다. 일단 동네 편의점에서 이놈을 골라야 한다. 1.5리터짜리 콜라 말이다. 이 빠나가 들어있는 플래스틱 통에다 콜라를 부어놓고 하룻밤만 보내면 끝. 콜라가 황동표면을 부식시켜 그 겉에 달라붙은 검정을 홀라당 떼어내 버린 것.

이런 얘기는 공책에 적어 놓으셔들~~~.

그래도 하룻밤에 서너 번은 나가 보시길. 혹시라도 뼈만 남아 있을 지 모르니. ㅋ 아, 그러니 생각해보시라구요. 콜라가 우리 몸에는 어떨지.

□ 옵티머스 No.99

이놈 역시 콜라로 목욕재개하신 몸이다. 연료탱크에다 몸통까지 갖추고도 손바닥에 냉큼 올라간다. 사각형의 알루미늄 뚜껑은 간이 쿠커로도 쓰인다. 불 조절 레버도 몸통에 비해 커서 다루기가 쉽다. 뚜껑 안에는 90도 형태의 바람막이도 들어 있으니, 컴팩트하기가 더할 수 없을 정도다.

□ 옵티머스 8R

윗대 No.99의 개량형 되시겠다. 보시는 대로 한쪽 면이 열리면서 한결 냄비받침이 안전해졌다. 연료 탱크와의 거리도 멀어져 필요 이상으로 탱크내 압력이 증가할 요인이 없어졌다. 뚜껑은 약했던 알루미늄 대신에 쿠커로는 쓸 수 없는 경첩이 달린 철제로 바뀌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시중의 ISO부탄 가스와 크기를 비교한 것으로 개스통 하나보다 그리 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컴팩트하다. 물론, 연료는 아직도 등유를 쓰는 단계에 머물러 있어서 알코올이 필요하다. 워낙 오래 야전 생활을 해서인지 케이스가 험해서 볼 수가 없어 칠을 벗겨내고 스프레이 페인트로 단장을 했다. 거기다 영국에서 수입한(이베이) 스티커를 붙였다.

오랫동안 방치해두다 연료통 뚜껑 O링을 교체해서 불을 붙였더니, 신통하게도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불길을 날름거린다. 제대로 쓰자면 추가로 펌프를 구해야겠지만 그냥 두고 볼 물건이니, 없어도 좋다.

□MSR 포켓 로켓(MSR Pocket Rocket)

1969년 공학도이자 발명가 그리고 아웃도어 매니아였던 래리 펜버티(Larry Penberthy)에 의해 창립됐다. Made in USA 브랜드인 MSR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어느 브랜드보다 산악인의 안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

등반 장비의 안전성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창업자인 래리 펜버티가 진행했던 원-맨 프로젝트 MSR(Mountain Safety Research)이 그 시작으로 초기에는 스토브 연료, 피톤의 지지력, 아이스 엑스의 견고함 등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도외시되었던 문제들을 테스트하는 데만 18개월을 쏟았다는 얘기는 업계의 전설처럼 전해진다. MSR과 마찬가지로 미국 브랜드인 OR에도 ‘리서치’가 들어간다. Outdoor Research.

안전성을 고집해서인지 지금 미해병대에는 동사의 XGK EX란 멀티 퓨얼 스토브가 지급되고 있다. 이름에 ‘Extreme-Condition’ 문구가 들어 있다.

로켓처럼 날렵하고, 로켓처럼 강력한 이 스토브는 워낙 인기가 높아 2세대로 진화를 거듭했다. 이놈은 1세대로 우리집에서 10년을 훌쩍 넘겼다. 처음에는 대표주자였지만 워낙 휴대성을 강조하다보니, 커피 물 끓이거나, 간단히 스프를 데우는 용도외에는 다소 부적합한 면이 있다. 삼발이의 면적이 좁아 큰 쿠커는 조리하는 동안 손잡이를 붙잡고 있어야 하니. 그렇지만 캠핑박스에서는 빠지지 않는다. 비상용으로. 1박 정도의 산행에서는 작은 개스통으로도 충분하다.

□ 국산 코베아 스파이더 KB-1109

아마존에서 들인 국산 캠핑스토브의 자존심 코베아사의 ‘스파이더’란 이름을 달고 있는 명품 스토브 KB-1109이다. 사진에선 보이지 않지만 별도의 불꽃 튀기기 ‘이그나이터'(Ignitor)가 딸려 있다. 제일 위 전체 사진에서 가운데 뒤쪽에 자리한 MSR쿠커의 몸통에 개스통과 이놈을 접어서 넣어 다닌다.

MSR Reactor와 한몸이던 스토브를 어느 날 잃어버리는 바람에 이 국산 버너가 서양 색시를 맞은 셈이다.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0.7리터 크기의, 그것도 아래 바닥이 열 효율을 높이느라 표면적을 높인 주름 형태여서 물도 금방 끓인다.

들인 지 꽤 된 물건이지만 지금도 이베이나 아마존 등지에서 팔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 단지 화구의 면적이 좁아서 넓은 냄비는 고루 열전달이 안되는 단점도 있고, 별도의 바람막이가 없으면 강풍에 불이 꺼질 때도 있다. 피에조 이그나이터는 불꽃이 깊숙한 곳에서 작동해서 불이 쉽사리 안붙으니 별 소용이 없다. 회사명 코베아는 아무래도 스웨덴의 명기를 따서 ‘한국의 스베아’를 줄인게 아닌가 싶다.

□ 프로 스펙스 개스 스토브

들어는 보셨는가? 부산의 신발업체 국제상사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신발 의류 복합 브랜드 ‘프로 스펙스’에서 캠핑 스토브도 출시했단 사실을.

외국산 브랜드 나이키에 견줄만큼 인기도, 품질도 모자람이 없었는데… 암튼 그 프로 스펙스의 로고를 스토브 가운데 새긴 이 스토브, 80년대 중반에 쓰던 물건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이 스토브. 지금도 이그나이터도 문제없고, 스토브로서의 기능도 완벽하다. 게다가 개스통 접합부가 분리되니 조그만 파우치에 쏙 들어간다. 당시 부산 석대천변의 동네, 회동동에 자리했던 대웅금속이 만들었다. 이 회사는 이후 ‘홀리데이 스포츠’란 자체 브랜드까지 갖추었다.

지금도 멀쩡하니, 이를 어쩌면 좋니~

ㅋ, 복학하기 전 80년대의 필자 사진이다. 당시 ‘비브람’으로 불렸던 K2 등산화에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았다. 지금은 끊은 담배를 손에 들고 있으니, 여러분께 민망하다. 지리산 중턱 어디쯤인데, 오른쪽 앞 빠나를 보시라. 라이온 버너와 프로 스펙스가 떠억 하니 자리잡고 있다.

□ 프리무스 에타 스파이더 스토브 셋(Primus eta spider stove set)

종종 나 스스로가 저평가해왔던 스웨덴의 이 브랜드 프리무스(Primus), 알고보면 참 대단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1911년 로알드 아문센이 인간으로는 처음으로 남극에 도달했을 때도, 1953년 5월 29일 에드먼드 힐러리경과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가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을 때도 가져갔던 것이 이 회사의 빠나였다. 스웨덴의 엄격한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프리무스인 것이다.

스토브를 비롯해서 지금도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동사의 이 스토브는 우발적으로 또는 충동적으로 들인 것이다. 일단 그 정교한 만듦새에 반했고, 1리터 크기의 쿠커가 딸려 있는데, 바닥이 열효율을 높인 주름형태여서 좋았다. 이 모든 것이 튼튼한 파우치에 들어가니 간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아웃도어때마다 매번 간택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제외되는 불운을 겪었다. 사실 시작부터 잘될 리 없는 만남이었다. 이미 수많은(?) 종류의 버너를 가지고 있으니, 자주 간택에서 밀렸던 것이다.

최근 들어 자주 이용하는 이놈을 살펴보자. 일단 경질 알루미늄이라 가벼운데, 튼튼하기까지 하다. 납작하게 접히는 거미형 스토브는 펼쳐서 듬직한 바람막이 안으로 쏙 들어가 자리잡는다. 바람막이와는 바닥의 자석에 의해 철썩 달라붙는다. 말했듯이 조리 후에는 이 모든 것이 파우치 속으로 쏙 들어간다. 지금은 더 작아진 라이트(Lite)형이 나온다.

□소토 무카 스토브 SOD-371(SOTO MUKA STOVE)

내가 가진 유일한 일제다. 언젠가 들였던 몽벨 다운 자켓도 일제라 보냈는데… 하, 그런데 이놈은 미워할 수가 없다. 이율배반적이라고 욕해도 하는 수 없다. 과학 그 자체다. 일단 바로 위 사진을 보면 수많은 버너들이 팔 다리를 접어들이는데, 그 방식이 아주 독특하다. 오른쪽이 코베아가, 프리무스가, MSR이 했던 것처럼 옆으로 접는데 반해 이놈은 삼발이를 훼까닥 뒤집어 들인다. 마술처럼 접어들인 몸체는 손바닥 안으로 쏙 들어온다.

레귤레이터와 연료 이송로이자 예열관인 제너레이터가 화구 위을 감싸 견고함을 뽐낸다. 길고도 유연한 연료 케이블은 조리시 연료통을 이리저리 옮겨 놓기에도 좋다. MSR의 위스퍼라이트(WhisperLite)을 써 보셨는가. 말이 분리형이지 짧고도 굵어서 뻣뻣한 연료 케이블은 불편하기 짝이 없을 정도다.

언젠가는 연료통을 살짝 옮기다가 버너를 넘어뜨리기까지 했다. 소리는 이름처럼 ‘가볍게 속삭이지’도 않았다.

​연료통에 수납된 연료 펌프는 무슨 정교한 기계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넓은 펌핑 손잡이로 탱크로 압력을 증가시켜 일정한 압력에 이르면 작은 봉이 밀려나오는데, 빨간 라인이 나오면 멈추면 된다. 그런 다음 손잡이를 ‘스타트’로 돌리면서 불을 붙인다. 처음에는 예열이 안된 터라 빨간 불꽃이 나오지만 어느 정도 불꽃이 잦아들고 푸른 불꽃으로 바뀌면 손잡이를 ‘런’으로 돌리면 끝.

​조리가 끝나고 더 이상 쓸 일이 없으면 손잡이를 에어쪽으로 돌려 탱크내 공기를 빼주고 마음도 편안히 뒷정리를 하면 된다. 연료탱크에 대해서도 한 마디. 기존의 유사한 빠나들은 하나같이 주둥이가 좁다. 하지만 이 빠나만큼은 큼직해서 폄프를 빼고 넣기가 편리하다. 뭐 좁다고 못쓸 정도는 아니니 이 부분은 궤념치 마시길. 화이트개솔린을 비롯해서 자동차 연료도 사용 가능하다.

***3부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