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한 미 본토 48개 주에서 제일 높은 캘리포니아의 마운트 휘트니(Mt. Whitney) 등정길에 동행했던 ‘콜맨 익스포넌트 Fyrestorm 멀티 퓨얼 스토브’. 본체 일부를 타이테이니엄(Titanium)을 채용해 가볍다. 하지만 저기압이나 저온에서의 작동은 평균 이하로 평가받는다. 알루미늄을 채용한 모델은 가격이 조금 낮다. 2008년 1만2000피트 베이스캠프에서. 2008년.

□ 콜맨 디날리 멀티 퓨얼(Coleman® Exponent® Denali™ Multi Fuel Stove)

2008년 당시 나름 콜맨사의 역작으로 평가받았던 물건이다. 최근 어렵사리 미사용품을 구했다. 이름에 디날리(Denali)란 원주민 언어가 붙어있다. 높이 6,190m(20,310ft)로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의 이름을 따왔다.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북극회의’차 알래스카를 방문해 이곳 원주민(코유칸 애스배스칸, Koyukan Athabaskans)들의 오랜 청원을 받아들여 공식 이름을 이전대로 바꿔준 것. ‘높은 것’을 뜻하는 디날리 이전의 이름은 아시는 대로 1897년 탐험가 윌리엄 딕키가 미국의 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의 이름을 따서 매킨리(McKinley)라고 명명했다. 디날리산을 포함한 일대가 디날리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고상돈 씨가 1979년 디날리산 원정대원으로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 도중 추락사한 곳이기도 하다. 그곳 탈키트나(Talkeetna) 공원묘지에는 같은 날 사망한 동료 이일교 대원의 묘비가 같이 자리하고 있다. 디날리를 찾는 한인들이 꼭 들르는 곳 중의 하나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북미 최고봉의 이름이 붙은 만큼 어떠한 고지, 험지에서도 제 기량을 한껏 뽐내는 물건이라고 기대를 해보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일단 이 버너를 쓰고자 한다면 캠프장에서도 조금 외진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겠다. 시동을 켜면 주위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으니… 그 시선이 눈총으로 바뀌는 데는 불과 1분이 걸리지 않는다. 계속 운용을 하다가는 그야말로 눈’총’ 맞아 돌아가실지도 모른다.

일단 이 버너가 작동 중일 때는 모든 언어가 무용지물이 된다. 손짓발짓으로만 소통이 된다. 무~지하게 소리가 크다. 제트기가 3미터 상공에서 지나가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다. ㅎㅎ. MSR의 위스퍼라이트도, 옵티무스 노바도 이 정도는 아니다. 어쨌든 이 버너는 탐험가들이 전 세계 어디를 가지 않을까 싶어서 지구상의 어지간한 연료를 다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졌다.

Coleman liquid fuel, unleaded gasoline, kerosene, jet fuel, diesel or butane/propane canisters

이 버너가 받아들이는 연료의 종류다. ISO부탄을 쓸 때는 같이 따라오는 삼발이를 쓰면 된다. 펼쳐지는 냄비 받침대가 이렇게 큰 버너는 보질 못했다. 묽직해 보이는 체감과 달리 알루미늄을 대거 채용해서 생각보다 가볍다. 연료통이 바닥에 긁히는 게 싫어서 반나절을 재봉틀과 씨름해서 슬리브 케이스를 만들었다.

이보다 앞섰던 물건이 ‘FyreStorm’ 스토브가 있었다. 이 물건 역시 멀티 퓨얼이어서 산친구들과 2008년 미 본토 최고봉 휘트니산(4,421m/14,505ft)에서 썼었다. 본체의 일부에 초경량 타이태니엄(Titanium)을 채용해 가볍기도 했다. 예열이 필요없도록 만들어졌지만 기압도 낮고 추운 곳이다 보니, 작동 불능 상태인 때가 많았다. 동료의 MSR 스토브를 비웃다가 결국 모든 대원이 그놈에게 의지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2008년의 그 콜맨 스토브Coleman EXP Fyrestorm Titanium Stove, 아래 사진은 당시의 대원들. 1만2000피트에 차린 베이스캠프에서. 태양이 가까운 탓에 너무 더워 옷을 벗었다면 믿으실까. ㅎ

□ 엔더스 No.9061석유개스 스토브(Enders No.9061)

1950년대부터 60년대 독일군에서 사용됐던 역전의 용사다. 사진에서 보이는 이놈은 1959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독일군을 거쳐 미국땅에까지 흘러들어왔으리라. 케이스는 군복 색깔과 같이 짙은 녹색으로 칠해졌고, 버너 몸체와 연료탱크는 적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무광처리됐다. 민간용 버전인 No.9061D는 케이스는 밝은 회색에 연료탱크는 번쩍이는 황동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초기 버전인 9060은 발전단계에 따라 3가지 버전이 있고, 9060N, 9069D, 9069, 9060D, 9061, 9061D, 9065D, 9070 등 여러 모델로 인기를 끌었다. 엔더스는 각국의 앤틱 버너 애호가들이 탐내는 버너 명가이다.

이놈은 얼마 전 이베이에서 모셔온 것으로, 지금은 그나마 몰골이 좀 나아졌다.

구겨진 케이스는 정성스레 두드려 펴내고, 헐렁했던 본체는 닦고 조여서 제자리를 찾아주었다. 결정적으로

연료 조절 다이얼과 불꽃 컨트롤 레버가 고정이 되지 않은 채 끝없이 돌아갔다. 결국 모두 분리해서 원인을 찾긴 했는데, 그 부품을 구할 방법이 없다.

해서 중국 동전을 하나 골라 갈아서 두께를 맞춘 뒤 조그만 반달 모양으로 잘라내 고정시키니 작동새가 훌륭하다. 연료펌프 끝에 끼워져 있는 뷔톤(Vitton) 고무는 수도용 실링을 잘라 끼우고, 스프링은 볼펜에서 빼내 잘라서 넣었다. 연료주입구 마개와 연료펌프 마개의 O링은 홈디포를 여러 차례 들락거려 겨우 맞는 놈을 골라냈다.

펌프 끝 가죽은 영국에서 공수해 끼웠다. 드디어 시운전 차례. 펌핑을 한 후 레버를 뽑아내 왼쪽으로 돌려놓고, 플레임 컨트롤 레버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쉬익하며 개스가 뿜어져 나온다. 불을 붙이니, 노란 불꽃이 잠시후 파란 불꽃으로 바뀐다. 이 맛을 보자고 몇날 며칠을 차고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지…

없어진 검정색 플래스틱 플레임 컨트롤 레버는 나무로 대체하고 스프레이 페인트를 칠해 놓으니 감쪽같다.

□ USMC MSR XGK EX 스토브

1969년 공학도이자 발명가 그리고 아웃도어 매니아였던 래리 펜버티(Larry Penberthy)에 의해 창립됐다고,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고, 어느 브랜드보다 산악인의 안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1편에서 얘기했었다. 사명도 ‘Safety’가 들어간 MSR(Mountain Safety Research)이니 오죽하랴.

그 회사에서 만든 제품 중에서 ‘Extreme-Condition'(극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으로 미해병대의 분대 등 소규모 그룹의 공식 지급품(GI, Government Issue 또는 General Issue)이다.

USMC SMALL UNIT EXPEDITIONARY STOVE MARINE MSR XGK EX JP-8 MULTI FUEL KIT

이 버너에 붙은 이름이다. 이름에 버너의 특성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원래의 세트에는 위 사진에다가 연료통이 하나 더 추가되고, 이 모든 걸 수납할 수 있는 좀 더 큰 수납색이 더 있다. 이 수납색은 MSR 그룹의 SEALINE에서 만든 것으로 이 회사는 주로 방수 수납색이 전문이다. 둘둘 말아서 끼워 놓으면 그만이다.

​해병대 납품용이지만 민간용으로도 출시가 되는데, 다른 점이 민간용은 수납색 대신 MSR로고가 새겨진 검정색 수납색에다 펌프 손잡이의 회색 커버가 없다. 이 커버는 사용하지 않을 때 펌프의 연료라인 체결 구멍을 막아주는 마개가 달려 있다. 그리고, 연료통이 딸려있지 않다. 녹색의 이 연료통이 이 버너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해병대를 통하지 않고는 유출이 되질 않으니, 민간에서는 다소 비싸게 거래된다. 미사용 세트는 350달러를 호가한다. 녹색 연료통도 50달러대이니.

​육중해 보이기까지 하는 튼튼한 몸체는 대부분 알루미늄이어서 생각보다 가볍다. 아래, 위 삼발이는 연결돼 있어서 삼발이든 다리든 돌려서 몸체에 갖다 붙이거나 펴기만 하면 된다. 응급상황에 대비하도록 다용도 스패너와 펌프 실링, 윤활유 등이 포함된 리페어 키트가 딸려 있다. 인터넷 눈팅을 하다가 싸게 나왔길래 다분히 충동구매로 들인 놈이다. 가끔씩 꺼내서 쓰다듬어 보는 일밖에 없다.